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쉬는 날 비가 오면 너무 기분이 좋은데 마침 잠시 어두워지더니 소나기가 내렸다. 발코니 문을 열고 바닥에 앉아 modern love를 보는 중이었는데 마룻바닥에서 뭔가 둔탁한 소리가 났다. 뭐지? 고개를 드니 땅콩 도둑 녀석이 제 발로 내 집에 들어와 고개를 기웃거린다. 오 마이갓~~~~!!! 급히 부엌으로 가 땅콩봉지를 들고 와 다시 앉았다. 제 발로 들어온 것을 보니 분명 땅콩을 손에 올려놔도 들고 갈 만큼 대범한 녀석인가 같았다. 분명 수많은 땅콩 도둑들 중, 우리 집에 들어와 본 적 있는 바로 그 녀석, 내 손에 있는 땅콩을 한 번은 받아먹은 적이 있는 그 녀석 인듯했다.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걔네 아보카도 엄청 좋아해. 아, 아침에 먹다 남은 아보카도! 다 먹고 껍질만 남았지만, 껍질에 붙어있는 속살들을 박박 긁어서라도 줘봐야지! 그랬더니 역시나 아보카도부터 가져간다. 특식이구나~~~ 싶은 거지... 아직 내 손이 무서우니 손위에 올려놓은 땅콩을 가져가는 솜씨가 무척이나 서툴다. 내 손가락 물었어 ㅠ..ㅠ 나도 네가 무섭긴 한데 친해지고도 싶고.... 그래서 두려움을 억누르고 가만히 있어본다. 그렇게 시작한 땅콩을 한 열다섯 개쯤 먹였을까... 너무 많이 준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발코니 문을 닫고 다음을 기약했더니, 내 집 앞을 떠나지도 않고 시위 중인 건지 정찰 중인 건지 내 동태를 오래도 살피는 녀석. 엄청 똑똑한 것 같다 다람쥐. 다람쥐 엄청 엄청 똑똑해. 오늘밤은 일하러 스토니 브룩을 가야 한다. 길고양이들 먹이도 다 떨어졌다. 가끔 발코니에 두면 먹고 가는데 그것도 사야 하고... 가끔은 너구리가 밤에 와서 먹고 가고 하루는 스컹크가 먹는 것도 보았다. 너구리랑 고양이는 도망을 가거나 경계를 하는데 처음 본 스컹크는 경계도 안 하고 먹더라. 음... 이모가 3일 뒤에 집에 오면 그때 또 줄게. 그때는 무섭다고 내 손 할퀴지 말고 얌전히 가져가~ 친해져 보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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