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 citi field
< 씨티필드는 아~주 오래전 U.S. open 할 때 한번 와 본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
외국에 살다보니 한국이 더 그립고 더 좋아진다. 한국은 항상 너무 가고 싶은 곳이고, 남들은 일주일 휴가 일 년에 네 번씩받아 유럽이니 케러비안이니 놀러 다닐때, 나는 4주 full vacation 받아 한국오기 바쁘다. 매년 한 달씩 한국을 오지만, 게다가 올해는 두 번이나 가지만, 그래도 한국은 세 번도 네 번도 좋을 곳이다. 음식도 한식이 젤 좋고, TV쑈도 미국 TV쑈는 재미가 없다. 남들은 미드 본다는데 나는 미드는 그레이즈 아나토미랑 로스트 말고는 본 적이 없다. Orange is new black 이라거나 모던패밀리도 나는 그닥 재밌는지 못 느꼈었다. Desperate Housewives 도 나는 싫어했었다. Entourage 도 뭐 보면 볼만했지만 전혀 챙겨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남들 다 보는 좀비 나오는 미드도... 나 원래 좀비 많이 싫어해서, 혼자 사는데 무서워서... 그런 거 안 본다. 첨엔 Oprah show 너무 좋아했었는데 그게 케이블 채널로 바뀐 뒤로는 본 적이 없다. 요즘은 아니지만 한때는 한국 TV를 달고 살았었다. 특히 첨 미국에 왔을 땐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데도 없어서 한국 비디오 방에서 일주일에 한두 개씩개 빌려보고는 눈물 나게 웃고 스트레스 풀고 그랬었다. 그렇게 빌려보는 한국 TV쑈는 진짜 눈물 나게 웃겼었다... 그때는 그랬다. 더군다나 애리조나 촌구석에 살 때라 더 그랬다.
음악도 많이 듣는다... 특별히 조예가 깊지는 않다. 찾아 듣는다기 보다 유튭에서 저절로 접하게 된다. 그냥 내 귀에 꽂히면 그게 좋은 노래다.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도 없다. 클래식도 좋아하고 인디 노래도 좋다. 물론 팝송도 좋다. Ed Sheeran 많이 들었었다. 올여름에는 Imagine Dragons의 thunder를 매일 들었다. 요즘은 John Mayer의 new light이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데 들을 때마다 참 좋다. 아이돌 노래도 좋아한다. 아이돌이 주는 시각적인 엔터테인먼트도 너무 좋다. 사실 아이돌 까는 그 편견이 너무 싫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돌들이 하는 만큼의 절실함이 있었던 적도 없고, 또 그만큼의 노력을 해본 적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나는 그들이 이룬 성취를 까는 걸 듣는 게 아주... 속상하고 한편 같잖기도 하다. 어쨌든, 아이돌 중에는 엑소 call me baby 나왔을 때 너무 좋아했었다. 요즘 엑소 노래 중에는 찬열 X 세훈, we young 도 다운로드하였다. 작년이었나?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너무 좋았었다. 너무 시원한 여름노래라고 생각했었다. 몇 년 전에는 씨스타를 많이 들었다, 그 시원함이 너무 좋았다. 작년부터는 당연 BTS를 많이 들었다. 미국땅에 살면서 이런 방탄이들의 성공을 직접 듣고 보게 되면 너 많이 좋아진다. 더 많이 흥하렴... 응원하게도 된다.
LA 공연 소식을 듣거나 America's got talent 등을 보면서 그들의 인기를 더 많이 실감하게 되었고, 뉴욕으로 넘어와 abc의 Good Morning America에 나온 걸 보니 마구 흥이 났다. 그러다 하루는 온라인에서 NY Philharmonic 공연을 검색하고 있었나?( 올여름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너무 좋아서 매일 듣고 살았었고, 그냥 그 공연이 보고 싶어 찾는 중이었다.) 우연히 BTS 공연 티켓이 available 하다고 뜨는 걸 보게 된 거다. 분명 sold out 이랬는데... citi field homapage로 가보니 sold out이라고 되어있는데 다른 공연 티켓 사이트에서는 아직 available ticket 이 좀 있었다. 아... 분명 다들 주책이라고 할 텐데... 아무도 같이 안 갈 거 같은데... 해서 한참 고민한 끝에 혼자 가기로 결정! 나는 젤 뒤에서 두 번째 좌석 티켓팅을 했다. $190 이 좀 넘었다. 오랜만에 그 함성 속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막 설레고 기분 좋았다. 이번 앨범 노래들이야 이미 섭렵했으니 뭐 가서 몸도 좀 흔들고 소리도 지르고... 그래야지... 아 진심 너무 즐거웠다. 그런 열기 속에 있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났을 만큼 오랜만이었다.
citi field까지 가는 지하철 역은 방탄소년단 팬들이 대부분인 거 같았다. BTS 티셔츠에 머리띄에 온갖 인종들이 다 섞여서는 한 지하철에 다 타지도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뉴저지에 살고 워낙에 뉴욕시티도 운전해서 다니는 지라, 뭐 BTS를 위한 지하철 특별운행 이런 거는 잘 못 느꼈다. 다만 7 train은 citi field 가 있는 역까지는 야구시즌이랑 U.S. open 때만 운행을 하는데 이날은 BTS 공연을 위해 그 역까지 특별운행을 했다고 한다. 다른 가수들 공연이 있을 때도 그리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올 때는 지하철을 공짜로 탔다, 사람이 너무 많아 표를 끊는 건 불가능했다. 5만 명이 넘게 모였다 했으니 일일이 표 끊다간 집에 오는 길이 매우 험난했을 거다.
< 잘 안 보이지만 사람 정말 많았다... 무슨 중국 국경일에 유원지에 사람 모인 것처럼 우르르 우르르... >
내 왼쪽으로는 초등학생들이, 오른쪽으로는 고등학생들이, 앞뒤로는 대학생들이 앉았다( 그냥 그렇게 유추했다.) 인종은 다 달랐다. 그냥 다~아 있었다. 뒤쪽에서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흑인 언니야들 트리오를 발견하니 너무 반가웠다. 공연 시작 전에 전광판에서 BTS 뮤비를 틀어줬는데 뭐 한국 가사 다 알고 따라 부른다는 것쯤이야것 쯤이야 워낙 TV에서 많이 봤던지라 놀랍지는 않았다. 대신 그런 광경 속에 있다는 게 즐거웠다. 이 노래 저 노래 따라 하고 함성 발사하고 둠칫둠칫 몇 번 하고 나니공연이 후딱 지나갔다. 젊은이들 목은 이미 다 저것이 아닌 게 되어버렸더라.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best day of my life, nothing to compare, OMG BTS brings people together, I won't forget this for the rest of my life... 뭐 그런 소리가 젤 많이 들렸다. 다들 가사 안 보고는 나도 모르겠는 그 길고 빠른 랩들도 어찌 그리 다 따라 부르는지... 공연이 끝나고 화장실 줄을 서있는데 앞에 선 혼자온 백인 젊은이가 stadium 안에 있는 조명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보라색 하트를 대고는 사진을 찍는다. 인스타인지 트위터인지 어딘가에 업로드할 생각인 거 같은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적는 거였다. 신선했다, 기분이 좋았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도 공연동안 찍은 비디오 함께 보면서 떼창도 하더라. 이전 세대까지 쌓인 북한이나 한국전쟁 같은 한국에 대한 네거티브 이미지가, 이 세대부터는 Kpop이나 재능 있고 잘생긴 BTS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뀔 거라던 그 말이 너무 공감됐었다. 그래 너희 진심 멋진 일을 하고 있구나, hater들이 뭐라 하든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가서 세상 끝까지 한번 가보렴~ 그런 응원이 진심 흘러나왔다. 마지막에 RM이 멘트를 하는데 use me to love yourself 하는데서 나는 진심 감동받았다. 나이가 많다고 날 더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니, 그런 말은 나이 상관없이 이 세상 모두에게 해당이 되고, 더군다나 나이 어린 사춘기 학생들에게 미칠 임팩트는 또 얼마나 대단할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RM의 자신감도 다정함도 너무 예뻤다. 그런 말들을 한다는 건 진심 어린 팬들을 걱정하고 care 하고 있음이다. 그러니 사춘기 소녀들이 홀딱 빠져버리지 ㅎㅎ. 나 고등학생 때 서태지가 그런 캠페인을 했었다면 나는 좀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
시대를 만난 재능 있는 청년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이상의 노력으로 이뤄낸 이런 성취는 언제나 보기에 즐겁다. 어떤 종류의 엔터테인이든 사람이 엔터테이닝 없이 살 수 있을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이렇게나 크게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그들의 재능과 노력이 부럽다. 한국사람으로서의 대리만족 비슷한 감정도 든다. 시간을 버리고 있는 내 모습을 자각하고는 너무 열심히 살아온 그들이 생각나 정신 차릴 때도 있다. 어디까지 갈지는 몰라도 그들의 최대한을 이뤄냈으면 좋겠다, 이뤄내리라 본다. 그러다가 언젠가 때가 되어, 다른 세대의 또 다른 가수가 등장해, 그들의 인기가 다른 이로 옮겨가 조금씩 사그라질 때도, 아쉬워할 것 없이 아주 자랑스럽고 자연스럽게 그 마무리까지 이뤄냈으면 좋겠다. 그때도 그들은 서로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 주리라... 상상해 본다.
young forever에서 슈가가 말하길,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 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하면서 그 노래를 듣는데 울컥하는 맘이 생겼다. 누구나 영원히 소년이고 싶지만, 나는 안다 절대 소년으로 머무를 수 없음을... 나는 이미 청년기를 지나 40에 이르렀으니 아직 맘은 소녀인 내가 듣는 슈가의 맘속 깊은 데서 나오는 그 소리가 갑자기 귀에 꽂혀 괜스레 서러워졌었다. BTS 콘서트를 가고 싶다 하면 다들 실소... 니 나이가 얼만데 그런데를 가느냐... 한다... 내 나이에는 왜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건지... 얘들아... BTS 좋은 가사들 많아, 속 시원한 노래도 많단다, 들어 보지도 않고는 나한테 왜 그래 ㅠ..ㅠ 한때 서태지에 열광하던 우리였는데... 서태지에 열광하는 우리를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던 그 어른들 모습이 내 친구들에도 투영이 되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다른 콘서트는 가도 괜찮고 방탄 콘서트는 가면 비웃음을 사는 내 나이가 좀 서러워졌다. 어느새 새로운 음악들에 귀를 닫아버리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도 깨달았다. 왜 NY Philharmonic 은 좋은 거고 BTS는 유치하다 할까... 그 두 장르 사람들 모두 너무 멋진데... 뉴욕 필하모닉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 그건 존중하면서 왜 그 이상의 노력을 했을 아이돌은 우습다 하는지... 아... 좀 서러워져서 말이 길어져 버렸다 ^^.
어쨌든 나는 아주 잘 다녀왔다. 혼자 간 것도 참 잘한 일이다. 내년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일주일씩 텐트 치고 기다릴 순 없지만 그래도 내년엔 스탠딩석으로 가고 싶다. 내년엔 같이 가기로 한 친구까지 있으니...
< 너무 웃겼다. 이게 뭐라고 이걸 접지 못하고 공연이 끝나고도 빳빳하게 그리고 소중하게 들고 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 맘을 알기도 하겠어서 너무 귀엽다 생각했다. >
< 눈물 흘리는 너의 맘을 왜 모르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