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Sea World, San Diego - Orca Encounter

1st magnolia 2023. 5. 16. 04:18

한국에 살던 친구가 이민을 왔다, 쌘디에고로. 처음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왔을 때 애리조나에서 만난 친구다. 3년 정도 애리조나에 머물다 그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애리조나에서 1년을 머물다가 뉴욕으로 왔었다. 그 친구가 미국에서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았는지 잘 알았던지라, 살만해져서 당당하게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온 친구가 더 반갑다. 옆에는 착하고 능력 있는 남편이 있고, 딸도 하나 예쁘고 용감하게 키워서, 1년쯤 살다 별거 없음 돌아가지 뭐~ 하는 진심 편안한 맘으로 여기까지 온 그녀의 능력도 여유도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존경스럽다. 그 덕에 샌디에고로 그녀의 얼굴도 볼 겸 여행이란 걸 가게 되었다.

뉴욕에서 샌디에고 까지 6시간.
밤 11시 반에 스토니브룩에서 일을 마치고, 뉴저지의 집으로 도착하니 새벽 한 시. 대충 샤워를 하고 짐을 싸서는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네시 반. 보딩이 시작되기까지 겨우 잠을 참다가,  보딩을 하자마자 주는 밥도 마다하고 쿨쿨 잘도 잤다. 나는 비행기 타는 걸 싫어하는데, 그냥 그 turbulence는 적응이란 게 도대체 되질 않는다. 너무나 무서운 것... 쌘디에고로 가는 비행기는 크기도 작은데, 난기류는 또 어찌나 자주 있던지... 감사하게도 열두 시간 일을 마치고 탄 새벽 비행기 인지라, 피곤함은 유난히 자주도 오는 난기류 따위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난기류에 놀라 잠시 깨다가도 금세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해 주었으니... 아이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봄 뉴욕 날씨는 별로인 날들이 훨씬 많았다. 아주 예쁜 봄 날씨를 본지가 오래되었었던 데다가 쌀쌀한 날들이 계속 이었는데, 나 샌디에고로 떠나는 날부터 뉴욕은 화창 청량 반짝반짝하는 날들이 시작된다더니, 계속 흐리고 추웠다는 샌디에고는, 비행기 창문으로만 봐도 여전히 흐림... 힝... 살짝 억울한데... 샌디에고는 예쁜 날씨로 유명하면서 왜 나 오는데 흐린 거야~ 괜찮아... 이러다 맑아지겠지... 오후에는 날씨가 좋을 거라 그랬어. 이번 한 번만 올 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

나는 여행을 가게 되면 주로 '목표'라는 걸 정하고 가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다른 것들은 별로였어도 기분 좋은 여행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의 내 목표는
1. 친구를 만난다.
2. fish taco를 먹는다.
3. Sea World를 간다.
L.A. 근처에 사는 은주쌤이 쌘디에고로 여행 간다는 말을 듣고는 씨월드 입장권을 보내왔다. 씨월드 입장료는 $109.99. 씨월드 연간 이용권이 있는 쌤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 년에 몇 번 게스트 이용권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 게스트 이용권을 이멜로 보내 주셔서 입장료까지 세이브하게 되었으니, 히힝~ 역시 나란 사람, 인복 많은 사람 💚. 너무너무 감사하게 잘 놀았습니다!!!

나는 놀이공원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일단 놀이기구가 너무 무섭다. 나 같은 사람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일단 몇 개 없기도 하고 해서, 놀이공원을 갈 생각 자체를 잘하질 않는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 랜드를 갔었을 때는 좀 흥분을 했었다. 놀이 기구 못 타도, 할 것도 볼 것들도 너무 많았다고 해야 할까. 일단 공원 세팅이 너무 예뻐서 특별한 산책을 하는 기분이었달까. 스케일도 대단하지만, 모든 종류의 presentation이 정교했어서 유치하다거나 뭔가 후져보인 다던기 하는 따위는 1도 느끼지 못했다. 신데렐라의 성에서 펼쳐 보이던 그 불꽃놀이는 또 얼마나 환상적 이었는지...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 월드를 갔을 때도 너무 좋았다. 디즈니 랜드는 하루만 갔었지만, 디즈니 월드는 4일에 걸쳐 네 개의 테마 파크를 모두 둘러보았었다. 나는 놀이기구보다는 예쁜 공원 자체를 훨씬 즐겼었는데, 퍼레이드나, 실사판 같은 분장을 한 디즈니 공주들/동물들과 사진 찍기, 너무 예쁜 공원 자체의 모습들이 너무 감동적이었달까. 특히 디즈니 월드의 Animal Kingdom은 나를 어찌나 행복하게 했는지... 그 커다랗고 마술처럼 생긴 애니멀 킹덤의 나무는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디즈니와는 달리, 씨월드는 해양생물들을 모아놓은 동물원 이라고 하는게 더 알맞다. 놀이 기구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로컬 사람들이 아니라면, 아이들과 같이 온 게 아니라면, 보통은 돌고래나 orca같은 해양동물들을 보러 온다. 나도 일단 놀이기구는 패쓰. 관심 자체가 없으니. 내 목표는 오로지 많은 동물들을 보는것. 많은 쑈들을 보는것. 씨월드는 범고래나 돌고래 쑈로 유명하니 일단 걔네들부터 봐야지~ 그런데 그런 쑈를 보자 하니 또 맘이 불편하기도 하고, 안 보자 하니 또 그럼 씨월드를 대체 왜 가나... 싶기도 한 게...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까, 제일 유명하니까 보기는 봐야함... 이라고 맘을 정했다.

목요일.
평일에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픈하는데, 목요일 아침에 도착하니 11시. 쌘디에고 씨월드 앱을 열어 어떤 쑈가 몇 시에 있는지부터 알아본다. 씨월드를 가게 된다면 이 앱은 반드시 깔기를 추천한다. 온라인 웹사이트로는 실시간 정보를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앱을 깔면 내가 원하는 쑈나 동물들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길이 앱 자체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통해서 나타나므로 길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씨월드는 생각보다 작지만, 내부의 길 안내 표지판 자체가 그다지 잘 되어있지도 않아서, 나 같은 길치에게는 너무나도 필수적이었다. 12시에 범고래 쑈가 한다 하니 일단 Orca 구역으로 향했다. Orca는 다큐멘터리 같은 곳에서 많이 접하긴 했지만 실제로 본적은 한 번도 없었으므로, 처음 물속에서 내 앞을 지나가는 Orca를 보고는 어찌나 좋았는지 어머~~~ 하며 온몸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여기 사니까 얘네 볼 기회가 많아... 하면서 Orca가 내 앞을 지나가는 틈을 포착할때마다 열씸히도 사진을 찍어주던 친구야, 고마워~

하아... 나보다 더 지능이 높을 것만 같은 아이들이, 바다와 바다 사이를 누비지 못하고 이렇게  지내고 있다는 게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 안타까움은 순간적으로 잊혀지고, 그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버리는 나라는 인간... 일본의 어느 작가의, "아름다운 것은 힘이 세다"는 그 말이 떠올랐다. 너는 왜 이렇게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서, 인간들이 욕심을 내서라도 옆에 두고 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미안해... 하는 죄스러움, 그리고 너무 예쁘다... 하는 경탄... 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래... 내가 여기서 쓰는 돈들이 다 너희를 구조하고 여러 방법으로 도와주는데 쓰인다 하니... 일단은 미안한 마음은 뒤로 접어두고 오늘 나는 너의 아름다움에 집중을 할게... 사실 논다고 바빠서 배고픈지도 몰랐던지라 돈도 거의 못썼는데 ㅠ..ㅠ 입장료도 내가 산 게 아닌데... 힝... 씨월드를 내가 한 번만 가보겠니, 이번에 쌘디에고로 왔으니 다음번엔 플로리다에 있는 씨월드를 가야지... 그때는 이모가 도네이션 하는 맘으로 소비를 좀 할게. 여러모로 미안 ㅠ..ㅠ



처음 내 앞을 지나가는 orca를 보고는 히익... 진심 너무 예쁘다... 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무늬들 어쩔꺼야... killer whale이라는 이름이랑 매칭하기에는 너무 귀엽고 너무 아름다워😍

만져보고 싶고 눈을 마주치고 싶고 같이 교감하고 싶었다. 자유로운 바다에서 어쩌다 인간 세상에 갖혀 있는 고래들이 들으면, 교감 좋아하시네~ 라고 할수도 있겠지... 얼마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만지고 함께 시간을 보낼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었다. 아주 오래전, 뉴스에서 씨월드의 Orca가 조련사를 죽였다는 뉴스도 있었다. 그 조련사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들었던 생각은, 그 orca만 특별히 불행했던걸까 아니면 다른 orca들도 똑같이 불행했을까 했던 것이다. Killer whale이라고 불릴만큼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들이 인간만은 왜 사냥하지 않는지에 대한 대답도 알수 없다고. Orca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초음파는, 사실 사물과 인간의 몸을 관통하여 볼 수 있다는 말일텐데, 대체 얘네들은 인간의 내부에서 어떤 것을 보았을까. 대체 무엇을 보았길레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고 교감을 허락한걸까...

Orca 쇼를 토탈 두번 보았다. 한번은 사진도 비디오도 찍고 싶어서 완전히 쑈에 집중하지 못했고, 한번은 온전히 쑈를 즐겼다. 12번째 열에 앉았는데도 꼬리 한번 철썩 하는것에 온몸이 젖었다. 날이 좋아서 금방 마를꺼라 그저 우와... 하며 즐거웠었다. 그런데 한편 맘이 무거웠다. 처음 볼때는 너무 아름답게만 보였던 얘네들의 움직임이 두번째 보니 너무 조심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던거다. 그저 개인적인 느낌이라 정말 조심스러웠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치만 점프를 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 보였다. 분명 점프를 할것 같은데 저 구석에서 한다고??? 애가 저렇게나 큰데??? 그런 생각이 들어도 orca들은 어김없이 점프를 해냈다. 나는 그게 어찌나 안타깝던지... 조심조심 살~살 다치지않게 점프를 뛰는것만 같아서, 그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보여서 아... 불쌍해... 하는 생각이 그만 들어 버려서... 그때부터 온전히 즐기기에 맘이 조금 무거워져 버렸다는...

그치만 누군가 씨월드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추천할것 같긴 하다. 엥? 이게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지 ㅠ..ㅠ ...  씨월드의 몇몇 동물들은 분명 구조되어 온 아이들이다. 구조 후 왜 바로 바다로 돌려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지 않는건 아니지만, 그 아이들의 상황도 모르는 일이고, 또 구조 비슷한 일도 해보지 못한 내가 뭐라 할 일이 아닌것 같기도 하고... 씨월드에서 사용되는 돈들은 또다른 바다생물들의 구조와 연구에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 50년 동안 토탈 40,000마리 이상의 동물들을 구조했다고 하면, 그건 분명 씨월드에 방문한 사람들의 입장료 등등의 수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이니... 몇몇은 어떠한 이유로 씨월드에 남고, 대부분은 바다로 돌려보내는 시스템 정도로 이해를 했달까... 부디 어느 한군데도 인간의 욕심 때문인건 없기를 바라는 마음...

파이 이야기를 읽은적이 있다. 그때 그 남자주인공의 말에 따르면 동물원의 동물들은 인간의 생각과는 달리 행복하다는 것 이었다. 누군가에 잡아 먹힐 이유가 없고, 굶어 죽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장소 - 그런 공포로 부터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물원은 사실 인간들의 생각처럼 불편한 곳이 아니라고. Orca들이야 천적이라고는 어짜피 인간밖에 없으니 무슨 생존의 공포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맛있는 냠냠이들은 많이 먹을수 있길... 어쨌든 부디 씨월드에서 행복하길... 똑똑한 아이들이니 부디 재미지는 것들을 찾아, 그 안에서도 행복할 이유를 많이 찾을수 있길... 무슨 이유에서든 바다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면, 그곳의 동물 친구들과 사람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함께 행복하길... 건강하길...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