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야기

Malone, my 1st travelling - 1

1st magnolia 2023. 4. 28. 02:10

처음 travel nurse를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는 travel agency를 찾기 시작했다. 이미  구글도 많이 하고 유튭 영상도 봤던지라, 나름 유명하고 좋다는 에이전시들을 컨택하기 시작했다. Aya Healthcare,  Trusted Health 그리고 American Traveler 같은 큰 에이전시 웹에 들어가 레쥬메를 올리고 job search를 했다. 그때는 이제 막 조금씩 트래벌 널스에 대한 수요가 잦아들기 시작하는 초창기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있는 때였고, 트래벌 널스에 대한 수요 역시 여전히 상당했다. Job 은 많았고 리쿠르터들 또한 한 명의 널스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던 때였다.

널스 리쿠르터들은 계약을 체결한 널스의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받는다. 보통 한명의 트래벌 널스가 13주 동안 계약을 한다면, 그 계약을 체결한 병원에서, 해당 리쿠르터가 있는 agency로, 13주 동안, 한 명의 널스의 토털 salary 중 30%가량을 담당 리쿠르터가 있는 agency에 지불한다고 한다. 한때 캘리포니아에서는 13주 동안 매주 $10000이었으니, 13주 동안 토털 $130000중 30프로를 에이전시와 리쿠르터가 나눠 가졌다고 보면, 그 당시에 리쿠르터들 역시  대목을 누렸다 보는 게 맞다.

레쥬메를 올리자 레쥬메를 올린게 후회가 될 정도로 전화가 자주 울렸다. 전화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도 너무 많은 리쿠르터 들이 컨택을 해왔다. 몇 명의 리쿠르터 들이랑은 상당히 구체적인 deal 이 오고 갔고, 최종적으로 내가 같이 일하기로 한 곳은 Medical Solutions라는 에이전시이다. 많은 트래벌 널스들이 두세 곳의 에이전시와 함께 일한다. 한 번의 13주 간의 계약이 끝나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에이전시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1년 6개월 동안 오로지 Medical Solutions 와만 일했다. 이유라면,

1. 그들이 제시하는 병원이 내가 찾고있는 조건들이랑 맞았기 때문이고,
2. 리쿠르터가 맘에 들기때문

정도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나는 NY state license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뉴욕주에서만 일했다. 처음에는 캘리포니아로 갈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상황이 잘 들어맞지 않아 결국엔 그냥 뉴욕주에서 일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널스 라이선스를 주는데 오래 걸린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 nursing school 을 졸업한 경우에는 토플점수를 제출하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학교를 졸업하거나 해야만 한다. 다만 팬데믹이 한창일때는 다른 주 라이센스가 있으면 그런 조건들에 부합하지 않아도 임시 캘리포니아 라이센스를 발급하기도 했다. 그때는 급하게 계약을 하고 짐을 후다닥 싸서는 이틀 삼일뒤에 일을 시작하는 널스들도 많았다. 나는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냥 뉴욕주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마침 Kelly라는 리쿠르터를 알게 되었는데, 다른 리쿠르터 들과는 달리, 매우 친절하고 informative 할 뿐만 아니라, 모든 follow-up 이 즉각적이었다.

트래벌 널스를 하려면 나와 잘 맞는 리쿠르터를 찾는 게 좋다.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은, 크고 작고에 상관없이 모두 리쿠르터를 통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라든가, 어떤 궁금한 점이 있어 물어보아야 한다던가, 식 콜을 친다거나, 혹은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일을 그만두고 싶다거나, 병원에 컴플레인이 있다거나 하는 등등의 모든 일들은  리쿠르터와 상의하거나 보고하거나 하는 과정을 통해서 일어난다. 만약 리쿠르터가 쉽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거나, 연락을 늦게 한다거나, follow up 이 늦다거나 혹은 아예 며칠 동안 대답조차 안 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좋은 리쿠르터 들을 찾는 건 트래벌 일이 좀 더 쉬워지느냐 아니냐 하는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이다. 나는 몇 번 Kelly 랑 통화를 하면서, 그녀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의욕이나 애티튜드,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일을 즉각적으로 처리해 주는 능력 들에 상당히 믿음이 갔다. 지금도 혹시 에이전시와 문제가 있는 트래벌러들이 보이면 Kelly를 추천해 주고는 한다.

처음 Kelly 가 내게 물어본 건 내가 어떤 조건들의 병원을 찾고 있는가였다. 나는 "캘리포니아나 뉴욕 둘 중 하나였으면 좋겠고, 현재 내가 트래벌 널스를 하려는 이유는  money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처음 하는 트래벌이라 다른 조건들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캘리포니아 리스팅들은 나랑 여러 가지가 맞지 않았다. 특히 지역적으로 내가 찾는 곳들이 있었는데, 그곳의 조건들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현재 뉴욕에서 가장 highly pay 하는 곳 리스팅을 받았다.

트래벌 널스는 나의 거주지와 내가 일하는 병원 사이의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 보통 50 마일이상 떨어져 있으면 트래벌 널스로 계약할 수 있다. 병원마다 인정해 주는 거리가 조금씩 달라서, 어떤 병원은 40 마일정도 떨어져 있으면 인정해 주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고, 50 마일에서 65 마일 정도의 거리면 트래벌 널스로 계약 가능하다. 켈리는 총 세 군데 병원을 추려줬는데 그중에 하나가 Malone이라는 시골도시에 위치한 Alice Hyde Medical Center였다. 일단 말론이라는 도시 이름부터가 생소했다. Post Malone 만 들어봤지, 말론이라는 도시는 너무나도 생소했다. 하긴 뭐 첨 들어보는 동네가 한두개랴, 사실 나 사는 곳 근처 동네 이름들도 잘 모르는 곳이 많은걸... 그래도 그곳의 조건들이 그때는 맘에 들었다, 나중에는 그게 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지만...

말론은 미국 대륙 동쪽 끝쪽에 캐나다와 아주아주 가깝게 위치한 아주 시골스러운 지역이다. 뉴욕주에 위치해 있지만 병원 자체는 버몬트주의 버몬트 의과대 소속이다. 말론은 또 버몬트 주와도 가까워서 공항을 가려면 버몬트로 가거나 캐나다로 가거나 해야 한다고 했다. 근처의 다른 병원은 한 시간 반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광활한 미국 대륙에서, 것도 트래픽 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지역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 병원이 있다는 건 정말 아주아주 멀리 있다는 거겠지. 당연히 헬리콥터로 환자를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 일하는 동안 환자 한 명이 헬리콥터로 뉴욕시티로 이송되기도 했었으니까. 병원은 응급실 산부인과 내과 조그마한 중환자실 정도 있었던 거 같이다. 그렇게 작은 병원이었지만, 병원은 겉에서 보기에는 꽤 사이즈가 있었다. 외과는 없었던 기억이고, 인구가 많지를 않으니 이런저런 과를 모두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다. 환자들은 농업이나 축산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근무 오프날에 운전을 하다 보면 젖소들이 살고 있는 헛간이라고 해야 하나... 도시인인 나는 그런 커다란 헛간 같은 곳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Fresh Eggs라고 대충 종이에 써서는, 그냥 집에서 기르는 닭들이 낳은 달걀을 길에서 파는 가정집들도 있었다. 말론에서 가장 후회되는 건 아마 그 계란을 안 사 먹어 본 것. 그런 싱싱하고 갓 낳은 계란을 내가 언제 또 만날 수 있으려나. 지금도 어떻게 다른 밋일까 궁금해...

아... 말론이라...
너무 우울하고 힘들었던 내 첫 번째 트래벌 잡. 날씨도 우중충, 주변에는 할 것도 갈 곳도 없던 진짜 조용한 시골동네. 13주 계약하고 묵기로 한 13 주간의 내 숙소는 또 얼마나 무서웠는지... 병원은 또 환자가 어찌나 많던지... 내 예상과는 너무 다르게 흘러갔던 말론. 물론 말론이 마냥 싫었던 건 아니다. 분명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던 게 사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말론은...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곳. 재계약도 하고싶지 않은곳.  그냥 한 번이면 충분한 곳. 진짜 말론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 주저리주저리, 내가 참 말 많은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말이 많았나... 어쨌든 진짜 말론 얘기는 다음번에 2편에서 계속. 더 써볼까 했지만  너무 길어서 쓰는 나도 힘이 들어 ㅎ.

응급실 들어가는 AHMC 입구. 11월에 말론에 첫눈이 왔다. 생각보다는 늦게 내린 첫눈. 늦게 내려줘서 고마웠어.

 

오프였던 날, 숙소 근처를 돌아다녔다 동네가 어찌 생겼나 궁금해서... 예쁘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말론은 전체적으로 우중충하고 어둡고 우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