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사슴, 전에 만난 친구들
요 며칠 너무 소화가 안 돼서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어서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한약도 지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데도 안 가고 싶지만, 그럼 더 소화가 안될 거 같아서 산책을 나왔다. 딱 6000 보만 걷자 하는 맘으로. 가끔 산책 다니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네이처 센터.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하는 게, 숲 속을 걷기엔 그런 날이 더 좋다. 어차피 나름 나무가 빽빽해서, 살짝 내렸다 그쳤다 하는 비 정도는 산책을 방해할 정도가 못 될뿐더러, 내 경험에 따르면 비 갠 직후의 숲에서는 더 많은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랬을까... 왜 그날따라 땅을 보고 걸었을까 나... 고개를 들었더니 열 발자국쯤 앞에서 웬 사슴 한 마리가 날 정면으로 딱 보고 서있는 게 아 너무 예쁘잖아... 사슴은 흔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보는 것도 아니고, 나는 사슴이 볼 때마다 참 반가운데, 이 아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날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아이는 첨 이었던지라 쿵, 하고 살짝 떨렸다. 너무 예쁘다. 눈이 진짜 담비 같아... 놀란 맘을 진정하고 오른쪽 손만 천천히 움직여 그 예쁜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나 움직이니 요 예쁜 녀석도 함께 움직인다. 가지 마 움직이지 마 쪼끔만 기다려줘.. 하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 통할 턱이 없으니 후다닥 사진을 찍었다... 산책로에서 비켜나 나무 사이로 들어가서도 잠깐 뒤돌아 나를 응시한다. 사슴들은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 ~
이 독수리도 한 달 전쯤 같은 곳을 산책하다 만났다. 산책을 다 마치고 그만 집으로 가려는데, 마침 적당히 쉬어갈 벤치가 보여 좀만 앉았다 가야지, 했다가 만난 크지 않은 독수리. 독수리가 비행하는 모습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지라, 그냥 음... 독수리 나네, 멋지군... 하는 정도지만, 내 눈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서는 내가 자기를 보건 말건 관심 없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독수리는 흔하지 않다(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옛날에 브루클린 보태니컬 가든을 간 적이 있다, 아마 한 10년 전쯤 일 거다. 그때 독수리 한 마리가 그곳에 사는 야생 토끼를 사냥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우르르... 다들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을 테지. 토끼를 꾹 움켜쥐고 발로 누르고 있는 독수리를 사람들이 에워싸고는 한참을 구경했더랬다. 결국 슬금슬금 멀리로 도망갔지만, 꽤 오랜 시간을 사람들과 대치중이던 그 독수리의 다리를 보면서 깜짝 놀랐었다. 우와 독수리 다리가 저리도 튼튼한 거구나... 완전 우뚝 솟아서 힘 엄청 세게 생겼다 했더랬다. 그 독수리는 이 아이랑은 다르게 생겼었다. 더 크고 남자답게 생겼었던 그 독수리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면 토끼한테는 너무 미안했겠구나...
작년 10월쯤이었을 거다. 스토니 브룩으로 출근하는 길, 병원에 들어서 파킹장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Canada goose들이 길을 건넌다. 알고 그러는 건지 우연인 건지는 몰라도, 마침 횡단보도로 건너는 중. 하긴 매일 사람들이 저곳에서 길을 건너는 걸 봐왔으니 알고 건너간 거 일수도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캐나다 구스 브랜드는 얘네 털을 뽑아 옷을 만드는 걸까? 어쨌든 저 애들이 캐나다 구스인데, 흔해도 너무 흔해서, 그냥 풀 있고 물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보이는 애들이라 아무도 눈길을 안주지만, 이런 건 진짜 너무 사랑스러워~ 한 번은 한국에서 동생이 놀러 왔을 때, 첫날은 어디 가기도 시간이 애매해서 동네 여기저기로 드라이브를 갔었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6차선 도로에서 신호도 없는데 차들이 다들 길을 멈추고는 얘네 길 건너는 걸 기다린 적이 있었다. 아 그때 동생이랑 쫌 많이 흥분했었음. 그때 이후로 얘네들 길 건너기 두 번째 포착 ♡
얘는 버팔로 에서 트래벌 할 때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만난 친구. 사실 핏불 종류는 별로 안 좋아함. 그렇지만 왜 너는 귀여운 거냐. 차에서 주인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너란 녀석.
버펄로에서 트래벌 할 때가 겨울이었다 다행히 눈이 많이 안 와준 겨울. 자주 왔지만 폭설은 없었던. 나이아가라 폭포를 한 세 번쯤 갔던 거 같다 산책 겸 해서. 그때 만난 카디널. 카디널은 흔하다. 우리 집에도 아주 가끔이지만 들린다. 다람쥐 놈 준다고 땅콩이나 해바라기 씨 같은 걸 놔두면, 꼭 해 질 녘쯤에 들려서 후다닥 들고는 도망을 간다. 한 번은 웬 파랑새가 발코니에 자꾸 왔다 갔다 하길래 놀라 구글을 해보니 Blue Jay, 우리나라 이름은 파랑 어치라고. 얼마나 놀랐던지. 맨날 보던 애들이 아니라 파랗고 빨간 애들도 우리 집엘 오는구나 해서 한동안 땅콩을 베란다에 많이, 자주도 부어 놓고는 했다. Blue Jay 가 그렇게 땅콩을 좋아한다나... 친구네 집엔 딱따구리가 온다. 한 번은 너무 놀라 오 딱따구리 했더니, 그 언니는 딱따구리 싫어함 ㅎ. 나는 딱따구리 좋아~
욘석은 우리 집 땅콩 도둑.
어찌나 과감한지 한 번은 열린 내 방 창문으로 들어와 발코니에 앉아있는 나를, 우리 집 거실에서 기웃기웃했었더랬다. 땅콩만 한 땅콩도둑이 내 집 안에서, 발코니에 갇힌 인간을 바라보며 더 많은 땅콩을 내어놓으라 시위하는 기분이었달까... 하긴 우리 집 땅콩도둑이 너만 있는 건 아니니, 한놈 두 놈 다 똑같게 생겨서 누가 누구인지 구별은 못하지만, 어쨌든 요런 놈들 중 하나가 그렇게 우리 집으로 들어왔더랬다. 집 안에 둔 땅콩 단지를 찾아왔던 게지... 정말 얼마나 놀랐던지... 한번 만져보지도 못하게 하면서, 우리 집에 들어올 용기는 어찌 났는지. 후다닥 일어나 닫힌 발코니 문을 열고 쫓아가니, 욘석도 후다닥 길을 되돌아 들어왔던 창문을 통해 돌아 나간다. 그 이후로는 꼭 방충망 있는 쪽 창문만 여는 중. 아 다람쥐 엄~청 똑똑하구나 깨달았던 날. 어떤 녀석은 용기를 내서는 손에 있는 땅콩을 가져가기도 했었다. 여름이면 땅콩을 또 손에 두고는 꼬셔봐야지~
요 게코는 서부로 여행 갔었던 때 만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엘에이로 내려온던 길, Carmel-By-The-Sea에 내려 경치도 보고 쉬기도 했었는데, 아 카멜 바이더 씨 너무 예뻐... 노란 꽃들이 바다 옆 경사도 완만한 들판에 가득가득. 다른 하이킹 하던 사람들이 좀만 더 내려가면 물개들이 쉰다고 했었는데 왜 우리는 못 찾았던 걸까~ 그래도 너무 차고 넘치게 아름다웠던 곳. 처음 애리조나에서 게코를 보고는 좀 무서웠었는데, 이젠 애리조나를 갔는데 안 보이면 서운해 ~
쌘 프란에서 만난 백조들.
백조야 동부에도 있지만 엄마백조랑 아기 백조들이 물밖에 이렇게 나와 있는 건 너무 사랑스러워서... 사람들 신경 안 쓰는 백조들 너무 쿨해. 얘네한테 사람이란 그냥 건물 같은 거 나무 같은 거 그런 거 아닐까. 작은 새들은 사람이 무서워 후달달 도망간다고 바쁜데, 이런 큰 새들은 사람을 봐도 뭐... 그냥 뭐 풍경 같고 배경 같고 그럴 듯.
쌘 프란을 갔으니 당연히 물개들도 보았다, Fishermen's Wharf에서. 걔네 너무 시끄러운데 또 안 보면 서운해 ~ 도시 한가운데 사는 물개들이 그리도 많을 수 있다니... 우리나라도 일본만 아니었다면, 부산 어디쯤에선 강치들 아직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몇 년 전 애리조나를 갔을 때는 어떤 국립공원에서 엄마 멧돼지랑 아기들이 길을 지나가는 걸 봤었다. 아 분명 사진 찍었었는데 왜 없지 ㅠ..ㅠ. 그날은 사막에 사는 토끼가 깡충거리며 땅 속에 파둔 굴로 들어가는 것도 보고, 타란툴라도 봤었다. 아 진짜 다리 많은 애들은 짝은 애벌레 같은 거 아니면 진짜 극혐인데. 말도 안 돼 진짜 너무 크잖아... 걔 사진도 찍었었나 ㅎㅎ 그래도 야생에서 보는 건데 너무 신기했어서... 주차장 건물 옆 화단에 떡하니, 나 보고 기쇼 하듯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타란툴라. 눈에 너무 띄는 게... 지나가는 사람들 못 보고는 지나칠 수 없던 그 녀석. 처음 애리조나에서 친구랑 지내던 아파트에는 전갈도 들어왔었다. 내 침대 옆 창문에 떡하니... 아 진짜 어떻게 했었지? 죽이진 않았던 거 같고, 아마 덜덜 떨면서 창문 열고 책 같은 걸로 홱 쳐서 떨어뜨렸었나... 그 책은 버렸었던 거 같다, 혹시 독이라도 묻었을까 봐. 걔는 정말 최악의 손님이었어...
작년 가을, 병원 선생님이랑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는 숲으로 단풍구경을 갔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무서운데, 우리가 본 게 아기곰이었다는... 폴짝폴짝 뛰는 아기곰... 아기 곰이 있으니 엄마곰도 근처에 있었겠지... 마침 숲에서 나와 숲 바로 옆에 위치한 어느 가정집 마당에서 길을 찾던 중이었으니... 숲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는 사람들 다니는 도로로 나와 걸었더랬지... 거기에 백림사라는 한국절이 있는데, 스님이 그러셨었다. 곰이 나와도 그냥 제 갈길 가시면 돼요. 안 해쳐요. 그냥 별 일 아니라는 듯 가던 길 가세요 그럼 걔들도 자기 가던 길 가요.
자연도 너무 좋고 동물도 너무 좋지만... 확실히 야생은 위험은 한 게... 그래서 더 멋지고 소중한 거 같기도 하고 그렇긴 한데... 곰은 안 만나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