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Travel Nurse 시작하기

1st magnolia 2023. 4. 16. 03:14

처음 트래벌 널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뭐니 뭐니 해도 Money 가 젤 큰 이유였다. COVID 19 이 팬데믹으로 번지고 그네들이 얼마 큼을 벌어들이는지를 알고부터는  음... 단단히 한몫할 수 있는 기회겠고만... 생각은 했었다. 그렇지만 특별히 정규직을 포기하고 당장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는 없었고 그럴 만큼 절실하게 money를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트래벌 널스를 하기로 결정하고 일을 시작하기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뉴욕에 첫 코비드 19 환자가 발견된게 2020년 3월이었다. 뉴욕씨티로(우리가 흔히 부르는 맨하탄으로) 출퇴근하는 New Rochelle에 사는 변호사였나...?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 환자가 첫 확진된 이후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확진자 수가 늘어났다. 어떤 간호사들은 이른 은퇴를 택했고, 의무화된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쫓겨나거나 일을 그만둬야만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원래도 부족한 널스들이 더 많이 부족해졌고, 시골 지역에 있는 병원들은 대체할 간호사들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 같은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확히 어떻게 어디서부터 널스들의 수가 부족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그 시작은, 시골에 위치한 병원들이 널스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면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뉴욕시티 같은 거대 도시에 있는 병원들도 매일, 매 쉬프트 full staff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경우는 자주 없다. 그런 부족한 널스를 대체하려면, off shift 인 누군가가 오버타임을 하러 와야만 하는데, 그런 대체인력을 구하는 게 매니저의 주임무 중 하나가 될 만큼 그런 경우는 다반사, 매일, 매 쉬프트마다 일어난다. 인구가 넘쳐나는 뉴욕시티도 그러한데, 시골에는 어디서 어떻게 대체인력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결국에는 병원 밖에서라도 널스를 구해 와야만 하는 그런 상황들이 쉽게 그려진다. 아마 트래벌 널스에 대한 가격경쟁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시골 병원들이 트래벌 널스들의 임금을 올리기 시작했고, 거기에 유혹당한 많은 널스들이 일을 그만두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뉴욕시티 같은 거대도시 들에서도 널스들이 빠지기 시작하고,  결국엔 미국 전역 병원마다 널스가 부족해진 게... 그러면서 가격경쟁이 붙은 게, 팬데믹이 피크이던 2021년 여름이었던가...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일주일에 $10000씩 주면서 널스들을 고용하기도 했었다.

2021년 2월 3월 그 즈음이었다. 나는  잠시동안이지만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그래, 나도 트래벌 널스 해서 돈 좀 벌어보자! 결심이란 걸 하기도 했었다. 그 친구는 이미 트래벌 널스를 한 지 1-2년 정도 되었었고, COVID 19 팬데믹으로 인해 트래벌 널스의 몸값은 우와... 우와... 할 만큼 마구마구 높아지던 때였다. 같이 이런 저런 곳 다니면서 호텔도 같이 쉐어 하자, 오랜만에 일도 함께 해 보자,  그러면서 돈 좀 벌어 나중에 여행도 가자, 아파트도 하나 더 사보자! 이런 기회에 트래벌을 안 한다는 너를 보자니 너무 답답하다! 등등... 친구는 진심을  다해 나를 유혹했지만, 당장의 money 보다는 안정적인 정규직이 더 가치 있다는 입장이었던 나는 오랫동안 친구말을 귀담아들은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면 두 가지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하나는 월급을 받을 때마다 착실히 부어나가는 403K라는 연금이고, 또 하나는 병원 노조에서 나오는 연금이다. 그건 다음번에 자세히 말하기로 하고... 어쨌든 나는 그 연금혜택을 아주 가치 있게 생각하므로, 트래벌 널스를 하면서까지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특히 노조에서 나오는 연금은 오래 일할수록 더 많이 받는... 대충 말하자면 그런 식의 혜택이므로, 나 혼자 먹고살기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나는, 그냥 뭐 돈 쪼끔 받고 원래 일하던 곳에서 원래 일하던 이미 알고 있는 동료들이랑  맘 편히 일할래... 그런 심정이었달까.

그러다 개인적인 어떤 사정으로 돈이 절실해진 시점이 있었다. 당장 일을 그만두고 한 몇개월 한국에 있다 오고 싶었다. 가능한 오래 한국에서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 일이 생겼는데, 그러자니 당장 너무 아쉬운 게 그놈의 돈!  6~7개월 이상 내야 할 모기지, 매달 들어가는 자동차비, 아파트 관리비, 그리고 이것저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가는 돈들, 플러스 생활비, 플러스 응급비용 등등... 남편이라도 있다면 나 혼자 다른 것들은 감당이 되겠지만, 나 대신 모기지를 감당해 줄 수 있는 님도 없는 내가 얼마나 속상하던지... 친구가 트래벌 하자고 했을 때 한 6개월 바싹 했었다면,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고도 한국을 다녀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게 내가 트래벌 널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크게 벌지 않아도 괜찮아, 하던 맘이, 좀 더 벌어 두었다면 이럴 때 얼마나 유용했을까... 했던 것. 그냥 저축해 둔 돈을 왕창 다 써버린다 해도, full time으로 일하면서 병원을 6개월 이상 비울 수 없기도 했다.  이런저런 응급상황을 다 써버린다 해도 최대로 쓸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었는데, 이리저리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내 경우엔 3개월을 쓰는 것조차 불가능하기도 했다.

그렇게 트래벌 널스를 시작하게 된게 2021년 10월쯤이었나... 그래 이제라도 바싹 벌어서 한국에 다녀오자! 그런 맘으로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1년 하고 6개월째. 팬데믹이 종식되고, 트래벌 널스를 한다고 자기 병원을 떠났던 널스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널스들에 대한 더 이상의 가격경쟁도 필요 없어진 현재의 상황.  나는 어째 어째 아직은 pay 가 나쁘지 않은 어떤 병원을 찾게 되어서 지금까지도 이 일을 하는 중이다. Travel nurse는 기본적으로 13주 계약직인데, 사정에 따라 더 짧게도 더 길게도 계약을 하지만 보통은 15주를 넘지 않는다. 병원 사정에 따라 간호사가 더 필요하면 재계약을 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나 그 간호사의 역량이 의심될 경우에는 재계약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그 병원이 맘에 들지 않으면 나 역시 병원을 거부할 수 있다. 나는 1년 6개월 동안 토털 세 개의 병원이랑 계약을 했었는데, 현재 일하는 이 병원에서는 계약을 연장하고 연장해서 벌써 네 번째인지 다섯 번째인지 계약 중이다. 이번에는 15주 계약으로 8월 초까지 계약이 되었다. 현재 병원 환자수가 줄어들고 있는 중이라, 8월 이후에도 재계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만일 병원에서 재계약을 원한다 해도, 현재 받는 pay 가 내 마지노선 이므로, 이보다 더 떨어진다면 재계약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내가 Travel nurse 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러했다. 아직까지 별 불만 없이 잘하는 중이다. 하다 보니 13주마다  병원을 옮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내가 성격적으로 조금은 강해진 느낌이 든다. 나는 소심하고 모험이 싫지만, 살다 보니 내 comfort zone을 벗어난 결정을 하고 그 속에 들어가 적응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보는 것도 많아지고 경험도 다양해져서는, 결국엔 성격도 조금씩 변하고 이래저래 강해졌다면 그건 꽤 긍정적인 일이구나 싶기도 하고... 적다 보니 음... 장하다 나 자신,  그냥 살아지니까 사는 거지... 했는데 알고 보니 나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셀프 칭찬이 뿜뿜 하는 맘이다.

오늘이 일하는 3일째 날인데, 감사하게도 평소보다 환자수가 조금 적었다. 일하는 틈틈이 글을 적어나가다 보니 이렇게 일하는 중에 마무리까지 끝낼수 있게 되는 게 럭키한 기분 ^^.  뒤에 앉은 이 의사양반이 말이 어찌나 많은지, 아무도 관심 없는 얘기를 아침 내내 주저리주저리... 아... 말 좀 그만해!!! 하고 뭐라 한마디 해주고 싶을 정도구만... 자리를 옮길 수도 없고 ㅠ..ㅠ 저 의사양만 좀 있으면 퇴근하기를... 음... 나 퇴근하려면 열 시간 남았음. 오늘내일만 일하면 4일 동안 오프! 그리고 2주 뒤 또다시 5일짜리 오프! 그 오프들을 생각하면서, 곧 4일짜리 5일짜리 오프가 돌아오니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세뇌하는 맘으로 열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