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magnolia 2023. 4. 13. 14:04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이랑 미국이랑 둘 중 어디가 더 좋으냐고 물어본 적이 몇 번 있다. 처음 몇 년은 당연히 한국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굳이 내가 여기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로... 아직 적응을 다 하지 못한 이방인으로써, 한국에 두고 온 내 사람들과 내 주변 여러 가지 들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 때문에... 

작년 겨울,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은 같은 질문을  또 해왔다.

한국이랑 미국이랑 어디가 더 좋아?

이제는 나는 미국이 더 편한거 같아...

왜? 뭐가?

글쎄... 뭐 딱히 뭐가 더 좋다 그런 건 잘 딱 꼬집어 말은 못하게는데, 충분히 오래 살기도 했고... 굳이 확실히 더 좋은 걸 말하자면 주변환경 같은 거? 

......... 주변환경.........

내가 말하는 주변환경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동네풍경"... 같은 것?

그냥 산책하면서 돌아다닐 때 보이는 주변 풍경, 출퇴근하면서 지나치는 창너머 풍경, 잠깐 동네 마트에 뭘 좀 사러 가야할때, 근처에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갈 때 등등... 그런 매일 짧게 그렇지만 자주 마주치는 집 주변 모습들 말이다. 

봄이 되면 특히 얼마나 설레는지...

집집마다 핀 목련, 개나리, 수선화, 수양버들 벚꽃, 하얀 벚꽃, 분홍색 겹벚꽃 등등... 화창하다 못해 찬란하게 빛나는 햇살아래, 이 집에도 저 집에도 꽃들이 만발하고, 노란 연두 예쁜 아기잎들이 새싹을 아장아장 피워 내는 것이... 10분만 산책해야지... 했던 게 두 시간이 되는 마법을 부리는 봄. 

유난히 겨울이 긴 뉴욕에서, 그 긴긴 겨울이 지나고 햇살이 찬란해지더니, 온통 회색빛이던 풍경이 여기도 저기도 파스텔컬러로 반짝반짝 변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매일매일 그 꽃을 다 즐기지 못하는데, 며칠만 지나도 그 예쁜 애들이 다 사라질까 봐, 따뜻하고 부드럽게도 부는 바람이 내 맘도 모르고 그 소중한 어린 꽃잎들을 떨구어 내는 게 안타까워, 찰나의 봄이 금세 여름이 되어 버릴 텐데 싶어 더 소중해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흰색, 하늘색, 노랑연두, 파스텔 핑크.

그 모든 걸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내 최애 계절 봄. 

친구네 집 뒷마당 Deck에 책 한 권을 가지고 나와 햇살아래 책을 펼쳤다. 햇빛이 예쁘게도 내려앉았다. 바람이 너무나도 보드랍고 따스한데, 뒷마당에 만개한 수양 벚나무 하얀 꽃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더니 금세 꽃비가 되어 날아다닌다. 아... 이건 진짜 너무 예쁘잖아... 이러면 책이고 뭐고 눈에 들어 올 턱이 있나... 요가매트를 들고 나와 그 풍경 속에서 잘하지도 못하는 요가를 빙자한 스트레칭을 해본다. 깊은숨도 쉬어보고 스트레칭도 하고 그러다 간간이 책도 읽어주기...

그렇게 예쁜 봄날의 하루가 갔다. 다음날 보니 수양 벚나무는 이미... 너무 초록이 많아졌어 ㅠ..ㅠ 어제만 해도 희고 영롱한 꽃잎들이 흐드러 졌던 것을...

내가 사랑하는 이곳의 봄은 올해도 이렇게 짧고 강렬하게 왔다가... 가나보다...

한국의 친구들이 이곳의 봄을 볼 수만 있다면, 이제는 여기가 더 편한 거 같아... 하는 내 맘을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겠지. 언젠가 늬들이 오게 된다면 이때의 봄도 참 좋겠구나 싶다.